제인 오스틴(Jane Austen)은 18세기말과 19세기 초의 유명한 영국 소설가로서 시대를 초월한 낭만적인 소설을 만들어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교육은커녕 가족들이 있는 소란스러운 거실에서 글을 써내야 했던 작가, 제인 오스틴.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을 써낸 위대한 작가입니다. 제인 오스틴은 영국 햄프셔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습니다. 부족한 형편에도 제인의 남자 형제들은 옥스퍼드나 왕립 해군사관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았지만 오스틴은 7살부터 10살까지 약 3년간 기숙학교에 다닌 것이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18세기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영국의 인쇄술 덕에 아버지의 서재에는 다양한 책들이 가득했고, 오스틴은 이 책들을 읽으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매력적인 줄거리와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리젠시 시대 영국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이 블로그 게시물에서 우리는 오스틴 시대의 역사적 분위기를 알아보고, 그녀의 로맨스 소설에 널리 퍼져 있는 주제를 탐구하고, 그것이 현대 문학과 대중문화에 미친 지속적인 영향을 알아봅니다.
제인 오스틴 작가의 시대
제인 오스틴(1775) 작가의 시대에는 인쇄술 바람을 타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품행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귀족적인 예의범절과 생활 규범 그리고 여성의 덕목을 정리한 일종의 매뉴얼입니다. 원래 상류층만의 전유물이었던 품행서가 인쇄술의 발달로 대중들에게도 유행하게 된 겁니다. 품행서에는 표정과 걸음걸이, 웃음소리에서부터 살림, 솜씨, 애교, 독서법에 이르기까지 당시에 미혼 여성이라면 꼭 알아야 할 팁들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품행서마다 주장하는 매뉴얼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여성이 결코 마음을 먼저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가르치는 한편, 또 다른 책에서는 여성이 마음을 먼저 보여주지 않으면 매력이 없다고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지침이. 어찌 되었든 여성을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독자들에게 이런 생각을 주입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책입니다. 제인 오스틴은 이 품행서의 내용을 직접 반박하기보다 품행서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히는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오스틴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품행서의 규율을 비웃기로 유명하지만, 그 안에는 그런 주인공을 타이르는 인물, 규율에 완전히 순응하는 인물까지 골고루 등장해서 독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주변 남성이나 제도에 굴하지 않는 당찬 여성이지만, 그 반대편에는 현실적인 조건만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샬럿이라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오스틴은 샬롯 같은 주변 인물들에게도 충분한 발언권을 쥐어줍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안락한 가정이야”라고 말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결혼만이 유일한 가난 예방책이었던 샬럿의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의 독자들도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로맨스 소설
제인 오스틴은 하나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소설가다운 방식으로 시대의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목소리이자 삶의 무게였던 소설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은 제인 오스틴의 초기작 ‘노생거 사원’에 등장하는 소녀들이 소설을 읽다가 들키면 부끄러워하면서 하는 말입니다. “전 소설은 읽지 않아요.”, “소설은 들여다본 적도 없습니다.”, “소설 치고는 꽤 좋네요.”. 그 당시 독자들은 역사서나 인문서를 쓰는 작가들만 훌륭하다고 여겼고, 반면 소설을 읽고 쓰는 행위는 폄하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오스틴은 '노생거 사원'의 주인공 캐서린에게 소설을 즐겨 읽는 애서가라는 설정을 부여하고, 그가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를 경험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소설이야말로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한 주체의 진정한 성장을 돕는다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오스틴의 소설에는 로맨스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몇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첫 번 째 가설은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입니다. 제인 오스틴은 죽을 때까지 독신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결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오스틴은 정작 비혼이었습니다.. 사실 오스틴에게도 두 번의 결혼 계획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결혼은 오스틴의 가난한 형편을 문제 삼은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이때. 오스틴은 결혼이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결혼을 앞둔 이들이 경제적인 이유나 계급 자유로 갈등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첫 혼담의 무산으로 오스틴은 로맨스의 현실적인 면모들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오스틴은 동네 지주의 상속자인 연하 청년에게 청혼을 받고 이를 승낙합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거절합니다. 이 거절은 돈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오스틴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때 오스틴은 결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랑임을 깨닫고 이러한 발견은 그의 소설 속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두 번째 가설은 집필 환경의 한계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방해받지 않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오스틴에게 500파운드는 물론 자기만의 방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녀는 거실에서 온갖 종류의 방해를 받으며 몰래 집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가정 안에서의 생활이 그녀 경험의 핵심을 이루게 되면서 오스티는 감정과 소통, 계급, 결혼, 매너 그리고 무도회와 만찬 등의 소재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들을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로맨스 서사입니다.
현대화
제인 오스틴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세계를 통해 그 밖의 이질적인 것들을 상상하고 엮어낸 타고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그녀의 책뿐만 아니라 오디오북,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주연의 영화 '오만과 편견',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오스틴의 삶을 각색한 영화 ‘비커밍 제인’이 있습니다. 오스틴은 결혼을 앞두고 여성들이 마주하게 되는 갈등을 굉장히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원인이 되는 사회 계급과 경제적인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로맨스의 이면까지 꿰뚫어 보는 오스틴의 뛰어난 통찰력이 지금까지 빛을 바라고 있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우리가 오스틴을 계속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오스틴의 작품은 지금도 계속해서 새롭게 각색되고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길지 않은 작가 생활 중에서도 절정기에 나온 소설 ‘엠마’는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가장 많이 읽은 책에 뽑히기도 합니다. 제인 오스틴은 소설의 주인공 에마를 두고 "나 외에는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여주인공에 대해 썼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인공 에마 우드하우스는 부유하고 아름답고 영리한 데다가 조금은 천방지축이지만 자신의 잘못까지 인정할 줄 아는 완벽한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어딘가. 부족하고 감싸주고 싶은 여주인공들이 등장했던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에마는 오늘날 사랑받는 여성 캐릭터들과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에마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만들 줄 알았던 제인 오스틴의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런 제인 오스틴의 능력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습니다. “여성의 자존감은 제인 오스틴의 발명품이다.”. 로맨스 장인, 심리 묘사의 천재로 불리며 18세기 여성이 보았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제인오스틴. 언젠가 그녀가 자신의 작품 오만과 편견을 두고 했던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너무 가볍고 밝고 반짝거려서 그늘이 필요하다.”